시간과의 사투

에피소드 12

by 몽환

김진우가 보낸 협박 메시지는 생존자 그룹 전체를 패닉에 빠뜨렸다. 이건호의 가족이 위험하다는 사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가장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박진태는 다시 한번 이건호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이건호 씨, 이건 명백한 자살 행위입니다! 당신 가족을 구하려다 우리 모두가 죽을 수는 없어요!" 그의 말에 생존자들은 동요했다.


하지만 이건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김진우는 나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협박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내가 김진우에게 굴복하면, 우리는 영원히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그를 막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민지은이 이건호의 옆에 섰다. "이건호 씨 말이 맞아요.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저는 이건호 씨와 함께 갈 겁니다." 민지은의 확고한 태도에 이건호는 작은 희망을 보았다.


박진태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이건호의 굳건한 결의와 민지은의 지지에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실패하면, 우리 모두 끝장이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이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단순한 생존자를 넘어, 한 그룹의 운명을 책임진 리더가 되어 있었다.


이건호, 민지은, 그리고 박진태는 생존자 그룹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책을 마련한 뒤, 가장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중앙 생명 유지 장치'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과거 '하이드로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이 밀집해 있던 곳으로, 도시의 붕괴가 가장 심각하게 진행된 지역이었다. 지반은 더욱 불안정했고, 곳곳에서 새로운 싱크홀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들의 여정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김진우는 이건호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도시의 잔존 감시 시스템과 무인 드론을 활용해 그들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드론들은 그들의 머리 위를 맴돌며 날카로운 음파 공격을 가했고, 이건호는 자신의 공학 지식을 총동원해 드론의 주파수를 교란시키고, 안전한 경로를 찾아야 했다. 민지은은 의료 지식으로 부상당한 이건호의 몸을 치료했고, 박진태는 이들의 움직임을 도우며, 이기심을 넘어선 협력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뛰어넘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철골 사이를 지나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폐허 속에서 홀로 온전하게 서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중앙 생명 유지 장치'였다. 이건호는 숨을 들이쉬었다. "이곳에… 내 가족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거대한 철문뿐만이 아니었다. 문 앞에는 김진우가 설치한 정교한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건호 박사님, 여기까지 오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가족은 이 시설에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 이건호의 전파기에서 김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호는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김진우는 이건호의 가족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생존자들의 생명 신호까지 이 시설에 연결시켜 놓은 것이었다. 이건호가 이 시설을 파괴하면,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남아있는 모든 생존자들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이건호는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지만, 이제는 도시 전체의 운명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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