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8. 12. 11 화

by 홍석범

수업이 끝나고 하우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술을 한 잔씩 했다. 2년째인 그는 타지 생활에 약간 지친 듯 보였다. 그는 여러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다른 연구실 사람들과 협업을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도 협업은 힘든 일이다. 밖에 서서 두 시간 정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으슬으슬하고 한기가 드는 날씨였다.






2015. 12. 11



점심을 먹고 인솔 때문에 면회실로 나갔는데 작은 박새 한 마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하얀 눈두덩과 보슬거리는 턱 밑을 빼고는 전부 검은빛이 도는 작은 박새는 처음에는 유리창에 여러 번 몸을 부딪치다 이내 힘이 빠졌는지 포물선을 그리며 보 위에 앉았다. 넓은 공간에 나와 까만 점 같은 그 박새 둘뿐이었다. 박새가 작은 발로 탁탁탁 지나가는 소리나 부리로 무엇인가를 바직하고 짓이기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처럼 들렸다. 밑에서 한동안 그 박새를 풀어줄 궁리를 하며 서 있는데 순간 박새의 부리에서 무엇인가 작은 조각이 소파 위로 떨어졌다. 반듯하게 잘려 반쪽밖에 남지 않은 노린재였다. 박새는 더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 상태로 시간이 꽤 흘렀다. 잠시 박새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그 까만 점이 다시 어떤 소리를 냈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잠자코 콕 박혀 있던 박새는 다시 움직일 마음이 생겼는지 내 머리 정도 높이까지 내려와서 알짱댔다. 이미 많이 지친 듯 보이는 박새를 구석으로 천천히 몰아 생각보다 쉽게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다. 한주먹에 쏙 들어가는 아주 작은 크기였는데 두 발에는 먼지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나는 데크로 나가 그 까만 점을 허공으로 부드럽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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