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1. 1 화

by 홍석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나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 마음은 보이지 않는 다른 장소로 이미 가버리고 없다. 그러나 그 장소는 도대체 어디일까? 나는 왜 그곳으로 결코 갈 수 없는 것일까?


오늘 밤 집에 치킨을 사온 것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2016. 1. 1



일출을 보기 위해 면회실로 가려 했지만 안개가 10미터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로 짙어 포기했다. 면회실에서 주차장 쪽을 내다보면 그 뒤편으로 보이는 산봉우리가 거의 정동 방향이다. 아침 8시쯤 구름이 서서히 주황빛으로 물들고 해가 산의 꼭짓점 뒤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면 순간적으로 빛이 백색으로 바뀌면서 마치 침묵 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것을 오늘 일출을 본 뒤 쓰기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거의 세 달 만에 도면을 그릴 수 있었다. 오래전의, 한동안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던 그림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것이 단지 시간에 굴복한 합리화가 아니기를! 입면에서 높이가 다른 창들의 치수를 확정했다. 초콜릿이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4시간 정도의 작업. 개운한 마음으로 가족과 통화한 뒤 독서실에 올라와 카프카의 편지를 읽는다. 고요함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한다. 지금 이 순간 너는 그 누구의 생각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너는 홀로 멀리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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