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아름다움. 가족과 속초에 왔다. 10년 단골인 주문진의 한 횟집에서 회를 먹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왔던 2012년 여름에도 이곳에 왔었다. 십만 원짜리 방어는 엄청나게 크고 눈이 거의 오백 원짜리 동전만 했다. 윤기가 흐르는 청록색 등과 우아한 곡선. 아주머니가 무딘 칼로 우리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 도미의 머리를 몇 번씩 내리치고, 곧 반으로 갈린 몸뚱이에서 겨자색과 붉은색 내장과 피가 온갖 보물들처럼 쏟아져 나왔을 때 나는 건축가가 됐지만 평생 물고기만 그린 프랭크 게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아버지가 잡아온 거대한 잉어들을 화장실 욕조에 풀어놓고 며칠 밤낮을 그 신비로움에 빠져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어시장에 갈 때마다 나는 종이에 싸인 그 색깔과 두툼한 모양이 좋아 고등어를 샀다. 그때만큼 생선과 된장찌개를 자주 먹었던 적도 없었다.
혹벌의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그래서 어딘지 지치고 병들어 보이는 버드나무 옆에 앉아 도서관 쪽을 내려다봤다. 이미 1시 20분을 넘은 시각이었지만 사서 근무자는 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차양이 내려진 그 작은 유리문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언젠가 내 맞은편에 앉아 내내 책을 읽었던 X가(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유리문 앞을 희망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그도 나처럼 이곳에 마땅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 고독을 즐긴다는 사실, 그리고 책을 사랑한다는 사실 등을 소설적으로 상상했다. 멀리서 그를 관찰하면서 마치 파도에서의 버나드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입속에서 문장으로 만들어냈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서의 목소리. ‘그는 홀로 문 앞을 계속 지나치면서 단지 그 사실에 만족했다. 누군가가 그를 눈으로 계속 좇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둘은 운명적으로 연결되었고 그가 떠나버리더라도 이제는 관찰자가 그 기다림을 이어받아야 했다’ 따위의 것들. 그 순간 공원의 오른쪽에서 어제 산책을 하던 중 마주쳤던 뚱뚱한 남자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내가 항상 도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공원을 돌고 있다. 제2의 등장인물. 이것은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주택가의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비슷한 것을 느꼈고 그가 관찰한 것들을 만화로 그렸다. X와 뚱뚱한 남자가 곧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희한하게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새, 혹은 시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월요일에 정훈실에 전화해서 사서 근무자의 근무태만에 대해 항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