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에 갈 때마다 해수관음상을 뒤에서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엄마는 삼촌을 위해 초를 하나 샀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곳을 걸었는데 수없이 많은 돌탑들이 있었다. 만약 바람이 불어 그 돌들이 무너지거나 초가 꺼지면 그 소원들은 사라져 버리는 걸까 생각하면서 새끼손톱만 한 흰 돌멩이를 골라 제일 작은 탑 위에 올려놓았다. 소원들은 아마도 촛불을 통해 공기 중으로, 돌들을 통해 땅속으로 들어가 더 이상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모여 있을 것이다. 초와 돌탑들은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에 대한 상징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불에 탄 동종의 잔해도 이제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홍게장을 처음 먹어봤는데 짜지도 않고 맛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빵을 먹고 낮잠을 잤다. 내내 먹고 자는 여행이다. 팬티만 입고 발코니에 나가면 다리 사이로 부는 바람과 발밑으로 펼쳐지는 물이 좋다. 일종의 노출증일까? 아침에는 대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욕실에서 오랫동안 샤워를 했다. 나는 물속에 있고 물 위에도 있다.
어제 자기 전 이아생트의 첫 100쪽을 홀린 듯이 읽었다. 방에는 나 혼자뿐이었고 주변의 적막한 어둠은 몽상을 부추겼다. 잠이 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이아생트의 이미지들을 곱씹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온전한 형태의 시간만을 봉헌할 것임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