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1. 22 화

by 홍석범

기차소리가 들렸다. 일 년 전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는 곧 이 소음에도 익숙해질 거라고, 활주로 옆에서 살 때와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정적뿐이다. 기차소리가 있는 데도. 소리도 하나의 느낌이라고 말해야만 할 것이다. 이곳에는 오로지 내가 내는 소리들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2016. 1. 22



반환점을 덮고 한동안 먹먹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바통을 넘겨받은 것일까? 내가 그럴 자격이 되는 걸까? 반환점은 포뇨가 개봉한 2008년, 출발점 이후 10년 만에 발간되었다. 그리고 2013년에 은퇴를 여러 차례 번복한 하야오 감독의 공식적인 은퇴작이 개봉했다. 2014년 여름 스즈키 토시오가 지브리는 잠정적으로 장편 제작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을 때, 스튜디오 옥상에서 늙은 장인은 지브리는 그냥 이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절박한 심정이었고 모든 좋은 것은 결국 끝나고야 만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무섭기도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이제는 특정한 문제들을 당연시해야만 하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 문제들을 안고 또다시 각자 나무를 심고 집 앞의 강가를 청소하며 살아간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가면서. 내가 배운 것은 바로 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게 된 지금 아마도 나는 바통을 넘겨받을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그것을 들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는 없다.


우리 가족이 콜체스터에 집을 구한 2002년 여름 나는 13살이었다. 그때 처음 영어 자막으로 모노노케 히메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봤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백사전을 처음 본 것보다 조금 이른 나이였다. 그 첫 감동이 어땠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아직까지도 그 포커 수퍼 유니버설 같은 최초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이 움직인다는 경이로운 사실이 주는 파토스와 같은 것. 그것은 끝나지 않으며 계속 생명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생명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본래 있어야 하는 것들이 계속 있어 왔으며 언제나 있을 것임을 확인하고 안도한다. 자연 속에 인간이 있다는 생각, 그리고 세계는 아름답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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