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1. 26 토

by 홍석범

꿈 이야기. 큰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올라가던 중 갑자기 방향이 바뀌면서 어느새 나는 엘리베이터의 꼭대기 위에 있었다. 중간중간 문들이 보였고 수많은 레일들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허공 중간에 엉켜 있었다. 떨어질까 봐 무서웠다. 밑으로 거대한 방들과 그곳에서 이불 시트를 널고 청소를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보였다. 다시 아파트의 복도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눈밭에 엄마가 서 있었다. 총성이 울렸고 두려워졌다. 격자형으로 이어지는 아파트의 끝없는 창문들을 올려다보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거대한 방들과 사람들은 이 성냥갑 같은 건물의 에로스야. 우린 그걸 알려야만 해.






2016. 1. 26



며칠간 계속 출발점과 반환점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뒤적거리고 있다. 구석마다 빛이 들어와 주의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공간.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와 괴테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주변인들까지 자신이 느끼는 것을 느끼도록 하는, 혹은 최소한 그러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어떤 아우라가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한없이 온화하지만 때때로는 괴팍하고 불같은 성격의 할아버지 같은 인상도 비슷하다. 그러나 에커만이 기록했던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면서는 아마도 시대적 차이에서 오는 답답함을 느꼈었다. 리그베다에서 언어의 신 바크의 지위는 점점 높아진다. 말은 곧 권력이며 존재이고 신성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말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누구나 아무렇게나 아무런 말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시대의 기류 속에서, 광범위를 말하기에는 이미 너무 광범위해진 세상 속에서 나는 그 책을 읽었고 한때 고고하고 진중했을 말들이 어딘가 퇴색되어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들을 읽으면서 나는 그 대화가 괴테가 남기고 간 것과의 새로운 교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늙은 장인의 생명력 역시 대단한 힘으로 시대를 아우르는데, 더군다나 그 시대는 내가 속해 있는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나는 그의 말들을 내가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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