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1. 25 금

by 홍석범

2016. 1. 25



영화와 건축 모두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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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강력한 한파가 불어닥친 건 북극에서 세 갈래의 냉기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람이 불면 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제주도에서는 사흘째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있는데 발이 묶인 9만 명의 사람들 중에는 아빠도 있다. 학회가 끝나고 겨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방에서 강제적 휴가를 보내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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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힐 겸 덴마크 건축가 스틴 아일러 라스무센의 책 건축예술의 체득을 읽다가 문득 판타지란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막대한 영향을 준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 영화들. 이 세계들에는 물론 마법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치밀한 리얼리즘이 있다. 로브그리예가 카프카에게서 발견했던 환상적인 효과도 결국 정교한 현실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건 설계를 하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무의식중 나의 모토였던 것 같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쓸데없이 설명을 늘어놓게 되는 것, 마음속의 자유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하야오는 정신쇠약이라고 불렀다. 라퓨타의 비행석은 마법이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이 정신쇠약이다. 그는 판타지를 만든다는 것은 평소 열지 않는 자신의 머리 뚜껑을 여는 것과 같아서 때때로 현실에 대한 현실 감각이 없어진다고 했다. 사실은 모든 작업이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가 작업 속으로 빠져들수록,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 되기 마련이다. 나우시카에 대해 회상하면서 그는 터무니없는 걸 그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흐름 속에서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논리적으로 접근했다면 파탄할 수밖에 없는 소재였기 때문에 그는 느낌을 따라 만들 수밖에는 없었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영화에 이끌려 스스로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을 그렸을 뿐이라고.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모든 부분이 너무나 정교하고 완벽해서 나는 그저 경이로웠다. 그건 설득이나 믿음의 문제도 아니었는데, 그 세계는 거기에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신기한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세계가 보편적인 시공간을 가지도록 조정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하야오 감독의 리얼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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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의 왜가 명확하다면, 자신의 삶의 어떻게는 약간 손해를 보아도 좋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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