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설계에서 우리는 정확히 뭘 하는 걸까? K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작품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했었다. 그러나 끝까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지어지는 것으로서, 말하자면 건물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일종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로 좋은 영화는 한 장면만 봐도 좋은 영화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그 좋은 한 장면을 본 이상 더 이상 그 영화를 끝까지 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그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건 하야오 감독이 했던 말이지만 나 역시 그러한 방식에 수긍하게 되었다.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아마도 스튜디오에서 스스로 어떤 이미지를 구상하는 연습을 한다. 그것은 그들이 운이 좋게 정말로 건물을 짓게 된다면 훗날 그 건물들의 원형이 될 이미지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머릿속에 어떤 좋은 이미지,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되면 그것으로 그 설계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스카르파의 깁소테카 사진을 보고 그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처럼. 그것을 모형으로 정확하게 구현해내거나 도면을 그리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부수적인 것들은 자기 계발 차원에서 학생들이 각자 내키는 방식으로 알아서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단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테크토닉은 저절로 결정된다. 좋은 한 장면 속에는 그 영화의 색감과 기법, 즉 미장센 전부가 들어 있다.
내가 방금 건물을 영화에 비유했음을 기억해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