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2. 2 토

by 홍석범

공중화장실에서 키파를 쓴 알바로 시자가 말을 걸었다.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는 아이 돈 스피크 잉글리시라고 했다. 아 영어를 못하시는군요. 꿈에서 깬 뒤에야 아이 캔 온리 스피크 잉글리시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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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2밀리미터의 그라우파페 위에 자를 대고 칼로 선을 그으면서 생각했다. 칼질 세 번만 하면 종이는 잘린다. 그러나 백 번을 한 뒤에는 칼심도 무뎌져 끝을 부러뜨려야 한다. 그럼 종이 삼십 장과 칼심 한 마디가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무엇이 같은 것인가?






2016. 2. 2



기면증에 걸린 사람 같다. 패스를 바꿔야 하는 작업자들이 깨울 때까지 감당할 수 없는 졸음이 계속됐다. 오후에 사무실에 들러 유학과 그 이후의 계획에 대한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해야 했는데 그 뒤에 다시 출근해서 또다시 4시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졸았다. 몸이 어떤 변화를 감지한 걸까? 스스로를 꺼버리는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외부의 것과 내부의 것에 접촉할 때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생리적 양상. 카프카의 편지를 조금 읽었는데 왠지 광적이게 빛나는 수정구슬 같은 두 눈과 움푹 꺼진 관자놀이가 연상됐다. 그의 신경 섬유는 아마도 일반인의 것보다 수천 배는 더 가늘고 조밀한 다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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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을 하면 씨앗을 뿌리기에 토양은 더 비옥해져 있을까?


가볍지 않은 것을 만들 것

보다 깬 인간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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