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H에게 부탁했던 팔라스마의 책을 조금 읽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그보다도 엎드려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딱히 관련은 없어 보였지만 안달루시아의 개에 나오는 충격적인 이미지가 또 나타났다. 아마도 작년 겨울 후버 교수와 우리는 시각과 건축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시작했고 나는 마침 메를로-퐁티에 대한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터라 괜히 들떴었지만 약간 용두사미였던 것 같다. 팔라스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더니즘의 디자인은 지적 능력과 눈의 능력을 대체적 차원에서 수용하였지만, 시각 이외의 감각과 몸은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는 상태로 남겨져 있다. 기억과 상상력, 그리고 꿈이 그러하듯.
이제 고작 일주일 일을 했을 뿐인데도 삶에서 벌써 많은 가치들이 달라졌다. 이 말은 반대로 나 스스로에게 그 가치들을 조정하고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