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혐오감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다시피 했다. 정신병일까? 싸구려 가요와 온갖 음식 냄새를 떠올리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갈 곳이 없어 면회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불쑥 성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와 보는 곳이었다. 내부는 대리석처럼 조용했다. 거의 피부로 느껴지는 정적. 신자석에 앉았는데 왼쪽 귓속에서 이명이 들렸다. 점차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인간의 대지를 읽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소리에 약간 소름이 돋았다. 어쩐지 매 순간 온몸이 새롭게 무장해제되는 듯한 기분과 함께 나는 깊은 우물 속에 혼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해서 하프시코드 뒤쪽의 라디에이터에 등을 대고 바닥에 앉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값싸 보이는 형형색색의 빛줄기들이 천정 안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온기가 목뒤로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신이었던 아랍인의 시선이 추락한 조종사를 향해 서서히 돌아가는 순간을 상상했다. 새로운 도피처를 찾은 것이 기뻤다. 미사 시간을 피하기 위해 군종 주보를 한 장 챙겨 수첩 사이에 끼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