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물체로서 모아지지만 동시에 시로서 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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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어딘가에 인용해뒀던 어떤 문장을 찾기 위해 글 쪼가리들을 뒤지다가 재작년 인쇄해 가지고 들어온 이후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졸업 논문을 다시 읽어봤다. 그 속에는 이제 하나의 주제를 제외하고는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나의 생각들은 그 지점으로 소급되고 있다. 오늘 아빠와 통화하면서 그의 새로운 논문 주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레싱이 라오콘을 쓴 것과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생각만 많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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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읽은 짧은 두 권의 책.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현대 문학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준다. 그리스 비극처럼 우아하다. 인간의 대지는 두고두고 펴봐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린 왕자가 아닌 사막에서 그를 만난 조종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