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1층의 한 방에서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남자를 봤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도 저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컴퓨터도 어떤 음악이나 소리도 없는 상태로. 군대에서처럼. 지금은 정작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지만 어쩌면 자기 속으로 침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적 속에서 손으로 무엇인가를 쓰는 것일지 모른다. 얼마 전 H와 영화 프리데스티네이션을 본 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누군가의 리뷰에서 지독한 자기애라는 표현을 보고 나를 떠올렸다. 실상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일종의 자기애가 아닌가? 그리고 내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일들은 전부 자기애가 아니었던가? 아니 자기애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일과 학교가 겹쳐지면서 점점 시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이 제멋대로 달려나가버리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언제나 시간이 내 안에 있도록 해야 한다. 일기를 쓰면 시간에게 소리쳐 조금 후퇴시키고 기다리도록 할 수 있다. 나는 정말로 시간이 일기를 쓰는 사람을 기다려준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