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9. 22 일

by 홍석범

등대로 이십 쪽가량을 소리 내서 읽었다. 낭독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종의 서툰 웅얼거림.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매 단어에 지체하게 되고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다. 망구엘은 그것을 공간적인 측면에서의 존재감이라고 불렀지만 이 존재감은 책 속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닌, 오히려 책 위에 덧입혀진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소리의 영향이다. 나에게 아직까지도 해리 포터 이야기는 스테픈 프라이의 목소리로 기억된다.


오후에 산책을 하면서 혼자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순간 외로움에 대한 고통이 몸을 팽팽하게 긴장시켰고 금방 피로감을 느꼈다. 무기력한 상태로 그 기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터덜터덜 걸었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동작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렴풋한 대열과 분위기만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 역시 나의 기억으로부터 소환된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전부 이미 음악 속에 들어 있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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