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10. 11 금

by 홍석범

건축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둘 모두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건축 설계에 필요한 제도, 구조, 설비와 같은 것들을 배우지만 설계 자체는 배울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단어, 문법, 수사법 등 언어의 피상적인 짜임새를 배우지만 글쓰기 자체는 배울 수 없다. 두 예술(아마도 바로 이것이 배울 수 없는 이유이다) 분과에서 누군가 발전을 꾀할 때 ─ 그것이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좋은 예들을 보는 것이다. 그 후에 그는 모방함으로써 창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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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퀘인을 썼을 때 보르헤스는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다음과 같은 문장들;

‘그에게 있어 좋은 문학이란 아주 흔한 것일뿐더러, 심지어 길거리에서의 대화조차도 부지기수로 그런 좋은 문학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는 미적 본질은 경이로움을 배제한 채 성사될 수 없으며, 기억에 의해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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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건축과 글쓰기의 좋은 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봤는데 놀랍게도 건축의 예로 유일하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바슐라르의 책이었다는 것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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