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은 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니 오래 걸어야 한다고 했다. 아침부터 돌아다닌 나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그를 먼저 보내고 다시 학교로 올라가기 전 혼자 책을 조금 읽고 싶었지만 그가 하자는 대로 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커피를 찾아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는 지나치는 카페마다 유리창을 통해 어떤 기계를 쓰는지 확인했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유난스러운 일이었다. 해가 있었지만 바람은 점점 쌀쌀해졌다. 우리는 카페에서 어떤 교수들이 우리 설계를 평가하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반은 자신의 부모님 둘 모두 소피아에서 활동했던 건축가라고 말했다.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그는 종종 그의 작업물을 그들에게 보여주는데 그들은 거의 칭찬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또한 그의 이미지가 추상적이면 추상적일수록 그들은 마음에 들어 한다고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이반의 심미적인 안목을 인정하지만 그의 알고리즘 건축과 광택이 나는 이미지들을 종종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루치아가 레벤티쉬의 책에 대해 발표했다. 인스털레이션(단순한 설치가 아닌 총체적 의미로서의 미장센)에서 장소의 특정함이 사물을 미학적 대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요지의 글이다. 레벤티쉬와 마찬가지로 하이데거가 고흐의 장화를 분석했던 예로 시작했지만 이후 그녀는 장소성을 다소 일차원적이고 개인적으로 해석한 몇 가지 다른 예들을 덧붙였다. 하이데거가 Erörterung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그의 시학의 기초를 세웠던 사실을 감안하면 장소라는 개념에 대해서 우리는 보다 깊게 사색하고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랬다면 우리는 훨씬 의미 있는 얘기들을 서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