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었던 사무소에 처음으로 포트폴리오와 별 볼 일 없는 내 첫 이력서를 보냈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했기 때문에 마음은 홀가분하다. 이곳에서 좋든 나쁘든 답이 올 때까지 다른 곳은 지원하지 않고 일단 기다릴 생각이다. 공식적으로 백수 생활의 시작이다. 타이밍 좋게도 며칠 전 주문한 핸드카트가 오늘 배송됐다. 이사하기 전에 일차적으로 짐을 정리하고 책들을 한국으로 부칠 계획이다.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가볍게 이동하기 위해 얼추 3년 쓴 가재도구들과 오래된 옷들을 처분하고 처음 이곳에 올 때 들고 온 가방 두 개 분량의 짐만 남기는 것이 목표다. 아깝지만 큰 도면들과 모형들은 전부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한국으로 보내볼까도 생각했지만 의미 없는 일이다. 아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조금 더 그것들의 가치가 표현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신경 썼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원형들은 사라지고 기억의 단서로 실체가 없는 사진과 글만 남게 된다. 나는 이러한 기록들이 최종적으로 모이게 된, 어쩌면 최초이자 마지막인 내 학생 포트폴리오를 위해 작년에 이미 생각해 둔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에는 꿈에서와 같은 일련의 그림들이라는 뜻이 있다. 나의 지난 10년을 보여주는 주마등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