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20. 8. 27 목

by 홍석범

더 이상 멜로디가 기억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 다른 누군가에게 쓴 편지를 읽다가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다음 명제가 이해됐다. 모든 것은 반복된다. 이 우주가, 즉 시간이나 공간이 갑자기 멈춘다거나 없어져 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혹은 상상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영원히 존속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모든 사건이 일어날 것이고 또한 모든 가능한 순서와 조합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 후에도 우주는 계속 존속해야 하므로 최초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고 다시 모든 것이 반복된다. 이것이 영원회귀이고 보르헤스가 도서관은 주기적이라고 말 한 이유이다.



영화를 본 뒤 무언가를 쓰는 것은 대개 바보 같은 짓이다. 그것은 비평적 성격을 띠게 되고 비평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감상문으로 전락하는 경우 무의미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미 내가 느낀 것을 느꼈고 그것은 내 몸속에 남아 있는데 무엇을 더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드물지만, 좋은 영화는 거의 항상 욕구불만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어떤 정당한 말을 쓸 수 있을까? 안도 사쿠라의 연기가 놀라웠다는 점, 그리고 곧 얄리차 아파리시오가 떠올랐다는 점을 적어둔다.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무더운 계절의 표현과 불협화음인 듯 아닌 음악의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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