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름의 마지막이었던 비가 그쳤다. 오후에 날이 갰고 개운한 공기가 뛰기에 이상적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로 몸이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쉬지 않고 복근 루틴을 끝낼 수 있고 오늘부터 3분 뛰고 4분 걷기를 시작했다. 운동 후에는 몸에 힘이 빠져 생산적인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고 더 늦게 저녁을 먹는다. 그 후에는 잘하면 졸면서 잠깐 책을 보는 정도다. 운동과 더불어 마의 산을 읽는 것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하루에 두 시간씩 독일어로 읽으면서 사전을 찾아보고 정 힘들면 번역본을 함께 본다. 아주 느리게 진행되지만 이것은 일종의 의식이기 때문에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독일어를 연습하기 위해 최대한 꼼꼼히 읽으려고 노력하고 무엇보다 소리 내서 읽는다. 독일어를 발음하는 것은 종종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얼마 전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정보를 기억해냈고 그것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다소 설득력 없어 보이는 일들이 어느 순간에 어떻게 한 지점으로 모아지게 될지는 온전히 나의 재량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줄을 타는 사람의 기분이다. 그는 몸의 긴장을 풀고 발밑이 아닌 먼 곳을 응시함으로써 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