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20. 9. 21 월

by 홍석범

이틀간 집중해서 강연 원고를 끝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니 내가 쓴 것은 없고 전부 인용뿐이었다.


점심을 먹지 않고 저녁에 빈속으로 운동을 했는데 평소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졌다. 장기들이 꼬인 느낌이 들었다. 결국 조깅은 관두고 오래 샤워했다. 9월 안으로 모든 게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나는 잊혀지거나 보류된 듯했다. 내가 혼자 하고 있는 고민은 거의 아무런 쓸모가 없다.


며칠 전 바젤에서 호퍼의 그림들을 본 후 계속 히치콕의 사이코가 보고 싶었다. 이 영화에 호퍼의 그림 중 기찻길 옆의 집을 오마주한 세트가 나오기 때문인데 그곳에는 자신의 엄마를 죽인 뒤 그 시체와 함께 살면서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낄 때마다 엄마로 변장해 그들을 죽이는 정신분열자가 살고 있고 아마도 이와 몇 가지 다른 이유들로 인해 오늘 그것을 다시 봤을 때 그 집은 역시 겉모양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집이라 호퍼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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