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20. 10. 9 금

by 홍석범

막달레나를 볼 겸 학교에 들렀다. 작년 12월에 작업물을 제출하기 위해 갔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거의 일 년 만인데 근사했던 첫인상에 비해 아마도 내가 이미 그것을 지나왔기 때문에 학교 건물은 그저 평범하고 어딘가 방치된 듯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다소 폐허처럼 보이게 된 데는 분명 코로나라는 불가해한 작용이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 캠퍼스와 학생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문득 생각했다. 루이스 칸은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류라고 하면서 수많은 중정들로 이루어진 플랜을 상상했는데 지금 우리는 최대한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 중정뿐만 아니라 모든 강의실과 스튜디오를 폐쇄했고 학생들은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출입구가 분리된 일방통행을 한다. 칸의 정의에 따르면 학생들이 서로의 뒤통수만 보게 된 이 사태는 대학이라는 기관의 끝이나 다름없으며 앞으로 새로운 방식의 교육이 등장하겠지만 그것은 더 이상 대학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암울한 생각을 하면서 굳이 마지막으로 텅 빈 학교 건물을 보러 올라온 것을 후회했다.


우리는 킬레스베르크에서 시내까지 걸어 내려왔고 내가 일본 카레와 라면을 사는 동안 막디는 미소국에 누들을 넣어 먹겠다며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나는 미소라멘은 단순히 미소국에 라면 국수를 넣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막디는 상관없다고 하면서 미소와 두부와 부대찌개용 라면사리와 말린 미역을 샀다. 그녀는 인스턴트 라면도 골라달라고 했는데 나는 미고렝, 진라면, 팔도비빔면과 짜파게티를 하나씩 카트에 넣어줬고 집에 인스턴트 미소국이 많이 있으니 떠나기 전에 주고 가겠다고 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시내를 가로지르면서 스시와 캘리포니아롤과 김밥의 차이점을 설명해 줬는데 내 기억으로는 예전에 그녀가 자기는 스시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아마도 똑같은 설명을 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익히지 않은 생선 살이 올라간 밥 덩어리 같은 건 먹어본 적도 없었다. 내가 말린 미역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터져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막디는 스시집에서 주는 미역 샐러드가 좋다고 했는데 나는 순간 집 앞의 이자카야에서 가족과 먹었던 미역 샐러드와 사시미와 구운 오니기리가 떠올라 젠장 여기에는 진짜 스시집이 없지, 하지만 베를린에는 있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했고 막디는 어차피 코바흐에는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했다.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거의 6km를 걸은 것이 체력을 완전히 방전시켰고 아홉 시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기절한 것처럼 두 시간을 잤다. 잠에서 깼을 때 온몸이 찌뿌둥했는데 깔짝거리며 몇 번 푸시업을 한 뒤 씻었더니 상태가 좀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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