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두 명 오후에 두 명 방을 보고 갔다. 아마도 이들 중 한 명이 계약을 하게 될 것 같고 그렇게 된다면 한 달 일찍 방을 빼는 나에게도 잘 된 일이다. 오늘 만났던 사람 중 아민은 20살로 9월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통학 시간만 매일 세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가 말하듯 슈투트가르트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전쟁이라고 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갔던 친구는 저스틴으로 그는 이 바로 근처에 있는 키타에 근무하면서 육아에 관련된 아우스빌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행인과 함께 방문해도 되냐고 물어본 뒤 자신의 남자 친구와 방을 보러 왔는데 둘은 발은 거의 떼지 않으면서 약간 겁먹은 다람쥐들처럼 조심스럽게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책장을 들여다보거나 했다. 저스틴의 남자 친구는 내가 온갖 세제를 들이부어 호텔처럼 광이 나게 만들어 놓은 화장실을 특히나 좋아했고 혹시 침대를 더 큰 침대로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내가 약간 난처해하자 저스틴은 그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고 왠지 이들이 방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느끼던 차에 저스틴은 나에게 당장 자신의 학교 서류와 재정 증명서를 보내줘도 괜찮겠냐면서 보증금도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 서류들을 내가 받는다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만 기대에 찬 만큼 절박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대뜸 너희가 꼭 방을 얻을 수 있도록 월요일에 담당자와 통화해보겠다고 말했는데 둘은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실제로 프라우 벡타스는 나에게 직접 다음 세입자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으니 내 말이 영향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고 어쨌든 저스틴은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내가 추천을 하고 서류만 문제없으면 다음 주 내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내가 처음 이 방을 계약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독일에 막 온 참이었고 시기적절하게도 갓 완공된 이곳을 알게 됐지만 유일하게 지원했던 학교에서 아직 합격 통보를 받지 않은 외국인 백수였다. 그 상태로 무턱대고 오픈 하우스에 와서 학생이라고 둘러대고 입주 신청을 했는데 어찌어찌 원했던 방을 배정받기는 했지만 입주 뒤 한 달 내로 학교 등록증을 내지 않으면 결국에는 계약이 취소되고 위약금까지 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이사 며칠 전 합격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막무가내였지만 운이 작용해 잘 풀렸다고 밖에는 할 수 없고 덕분에 이 방에서 편하고 조용하게 2년 8개월을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