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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14. 2020

2020. 11. 13 금

우리는 벤치에 앉았고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십 년 전 저와 함께 사진 찍었던 걸 기억하시나요?라고 말했다. 그는 기억한다고 대답했는데 어느 순간 내 왼쪽 신발 끈이 묶여 있었다. 그에게 마지막 영화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 묻자 그는 그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눈물이 났고 깰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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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얘기하는데  독일어가 어쩐지 유창하게 들렸다. 머릿속은 바쁘지만 분위기는 한가로운 오후. 빌바오 건축주인 랑엔 부부를 처음 줌으로  (정확히 말하면 나는 크리스토프가 그들에게 설계안을 설명하는 동안 카메라 밖에서 랑엔 부부의 코멘트를 메모하고 있었기 때문에) 쿨한 성격의 랑엔 부인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그녀가 테라피스트인듯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로마 테라피 같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심리 상담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을  만나본 탓에 성격이 시원시원해진 것일지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유별난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어떤 사연도 유별나지 않다고 결론짓게  것이기 때문이다. 이걸 쓰면서 손골 주택의 건축주 부부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부인 역시 심리학 박사인가 했는데 내가 독일로 도망쳐  이후 K 소장님은 낮이고 밤이고 아무 때나 연락해서 설계비를 깎아달라고 하는  부부 때문에 고생깨나 했다고 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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