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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16. 2020

2020. 11. 15 일

버튼과 보르헤스를 읽던  해가 났다. 자전거를  것은 바르셀로나 이후 거의 8 만인데 자연 한가운데에 놓인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고 써야   같다. 이로써 나는  하나의 라인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위에서 북쪽으로 전투기가 떴고  번째는 남쪽으로 기차가 통과했으며 이제는 동쪽으로 자전거가 달린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속도와 자유로움으로 고조된 탓에 거인들처럼 양옆에서 길을 굽어보는 나무들과 들판을 지나며 발작적인 기쁨을 느꼈다. 똑같은 길을 차를 타고 달렸다면 자연은 피상적인 풍경으로 보였을 것이고 걸었다면 감동은 어느 순간 연기처럼 맥없이 풀어져 버렸을 것이다. 자전거의 속도는 때때로 달려드는 바람의 힘에 동화되거나 그것의 저항을 받으며 흥분을 지속시켰다.  시간 정도 달린  돌아왔을 때는 육체적으로보다도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자전거는 헤어 빌리히가 선뜻 내준 것으로 올해 초 허리를 다친 프라우 빌리히의 것이었는데 내 예전 자전거처럼 파란색이고 귀여운 종이 달려 있다. 며칠 전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초인종을 누른 헤어 빌리히는 잠시 보여줄 게 있다며 나를 차고로 데려가더니 구석에 세워진 자전거를 가리켰다. 그는 원하면 가져도 좋다고 했는데 처음 집을 계약했던 날 내가 여유가 생기면 중고 자전거를 하나 살까 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낙엽을 쓸면서 내가 내일 자전거를 타보려 한다고 하니 그는 에더제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코스를 알려주었다. 게으른 나는 자전거 사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아마 어느 순간 포기했을 것이고 그가 자전거를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기쁨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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