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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22. 2020

2020. 11. 22 일

냉장고 위에 커다란 둥지가 있었고 매와 까마귀를 섞어놓은 듯한 조랑말 정도 크기의 새끼 새가 내 앞에 있었다. 머리를 끌어안은 채로 들고 있던 빵을 조금 찢어 부리 안에 넣어줬는데 새는 내 손을 힘껏 깨물었고 날카로운 부리가 손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당황한 나는 어떤 말을 중얼거리면서 겨우 오른손을 빼냈는데 깊게 파인 집게손가락이 거의 떨어져 나갈 것처럼 덜렁거렸다. 잠에서 깬 뒤 꿈속에서 내가 중얼거린 말이 정말로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내가 꼭 할법한 말이어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이건 이상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꿈을 꾼 것은 나이고 당연히 내가 그 말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부엌 소파에서 이불을 덮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다가 눈을 쉬기 위해 숲속에서  시간 정도 산책했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은 핸드폰 화면 속에 들어있는 사이버() 책이기 때문에 눈이 금방 피로해진다. 숲을 걸을  군대에서 했던 것처럼 의식적으로  곳을 보는 연습을 했다.



코로나 검사를 받은 날 저녁에 미신적인 마음으로 끓였던 백숙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닭죽을 만들까 하다가 남은 국물은 점심에 빵과 먹고 가슴살은 나중에 파스타를 할 때 쓰기 위해 발라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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