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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Dec 21. 2020

2020. 12. 20 일

충동적으로 헤이그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봤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독일에서 들어가면 열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종일 하는 것 없이 낮잠을 자거나 티비를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성 암브로시오 축일에 열리는 라 스칼라의 오프닝 갈라는 2차 대전 이후 올해 유일무이하게 관객 없이 녹화되었는데 마스크를 쓴 합창단은 빈 객석에 간격을 두고 둘러서서 첫 곡으로 이탈리아의 국가를 불렀다. 그들이 장엄하게 우리는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가사를 불렀을 때 리카르도 샤이는 빈 오디토리움을 채우고 있는 슬픔과 분노의 유령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장면은 불현듯 코로나라는 현실을 회한이 섞인 강렬한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짧게 운동을 하고 몸을 담갔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미한 어지럼증이 있었고  몸을 식혀야 했다. 복숭아 잼을 바른 토스트와 레베에서  봉지 햄버거를 먹었는데  3유로짜리 치즈버거는 맥도날드의 쿼터파운더와 맛이 거의 흡사하다. 얼마 전에는 항상 무심코 지나치던 진열대에서 일본식 컵라면과 신라면을 발견했다.  저주스러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게도 집에서 십분 거리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셈이다.


샤이는 인터뷰에서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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