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으로 헤이그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봤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독일에서 들어가면 열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종일 하는 것 없이 낮잠을 자거나 티비를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성 암브로시오 축일에 열리는 라 스칼라의 오프닝 갈라는 2차 대전 이후 올해 유일무이하게 관객 없이 녹화되었는데 마스크를 쓴 합창단은 빈 객석에 간격을 두고 둘러서서 첫 곡으로 이탈리아의 국가를 불렀다. 그들이 장엄하게 우리는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가사를 불렀을 때 리카르도 샤이는 빈 오디토리움을 채우고 있는 슬픔과 분노의 유령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장면은 불현듯 코로나라는 현실을 회한이 섞인 강렬한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짧게 운동을 하고 몸을 담갔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미한 어지럼증이 있었고 곧 몸을 식혀야 했다. 복숭아 잼을 바른 토스트와 레베에서 산 봉지 햄버거를 먹었는데 이 3유로짜리 치즈버거는 맥도날드의 쿼터파운더와 맛이 거의 흡사하다. 얼마 전에는 항상 무심코 지나치던 진열대에서 일본식 컵라면과 신라면을 발견했다. 이 저주스러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게도 집에서 십분 거리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셈이다.
샤이는 인터뷰에서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