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의 H 가족을 사흘간 방문하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조금이라도 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들을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사실 내 은밀한 동기는 뤼벡의 바닷가에 가는 것이다.
C와 통화했다. 그는 내년에 시간이 생기면 생각만 해오던 개인 작업을 좀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 기분을 잘 이해한다. 일기 예보상 눈이 온다고 했지만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때때로 강한 바람이 불었고 어둠 속에서 젖은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잡생각이 사라지는 듯했다. 다들 조용히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섯 명 이상은 모일 수 없는 이 크리스마스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무료한 상태로 별 의욕이 없다가 거의 밤 열시가 돼서야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때부터 시작된 내 크리스마스 의식은 새우 파스타와 모스카토로 이루어진 단출하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이다. 비로소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요리와 음식은 모든 축제의 본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포만감을 느끼며 소파에 누워 60년대 독일 범죄 영화를 보고 있는데 담요 밑으로 뭔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었다가 사라졌다. 그건 약간 큰 앵두만 한 크기의 노란목들쥐였고 (검색해서 찾아본 사진과 똑같이 목둘레에 노란 털이 나 있었다) 치즈와 빵가루를 뿌려주니 조심스럽게 기어 나와 오물오물 잘 먹었다. 발코니 문을 열어뒀을 때 추위를 피해 들어온 듯했다. 어쩌면 지붕 속에서 나는 찾을 수 없는 통로를 통해 내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빵가루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그 위로 바구니를 덮어 큰 상자로 옮겼는데 무서운지 구석에서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다가 곧 종지에 담긴 물을 재빠르게 할짝댔다. 크리스마스라고 부르고 키워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얼어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정원에 풀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