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의 빨래나 머리 감기는 나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다. 회사에서 조금 더 주체적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때때로 내가 스펀지같이 느껴지거나 내 독일어가 아주 유창하게 들리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몇 밤은 발걸음이 가벼웠지만 그 일시적인 만족감이 지나가면 편안한 상태와 욕구불만이 종종 함께 엄습한다.
분명 최근 들뜬 상태가 지속됐다. 이 상태는 내가 창의적으로 미래를 구상하는 데 기인한 것이다. 갑자기 그런 변화가 일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거의 갑자기 그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 자신의 역량과 그것의 가능성에 대한 그런 인식은 안절부절못하던 마음에 다소 자만하는 여유로움을 생기도록 했는데 그것이 비이성적인지 아닌지는 나중에나 밝혀질 것이다. 지금보다 더 본능적인 가치 판단이 요구된 적은 없었다. 섣부르게 행동하는 것보다 섣부르게 사고하는 것이 더 두렵다. 그러나 다가올 무엇인가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