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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Feb 01. 2021

2021. 1. 31 일

주말마다 H와 조금씩 10월 이후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잠정적으로 10월이지만 현재 내 상황으로 판단해 볼 때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나는 헤세와 1년 실무 수련을 마칠 것이고 이곳에서 비자가 만료되면 다른 사무소로 옮기지 않고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으로 이번에 독일 건축사를 딸 기회는 유보되겠지만 설사 그 가능성이 결국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4년 안으로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별로 아쉬운 점은 없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의 수련이고 그 흐름이 어떻게 끊김 없이 우리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물론 독일과 한국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적인 요인들이 계기가 되었지만 내가 근본적인 것들을 이미 터득했고 두려움이 없어졌으며 지금부터 일을 통해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지식은 변형들일 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된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사고 회로를 나는 지난 이 주간 피곤하거나 우울한 기분으로, 기대에 찬 흥분된 기분으로, 운동을 하면서, 물속에서 또는 숲속에서, 아침 혹은 밤에 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잠들기 전을 포함해 다양한 정신 상태에서 수없이 되풀이했고 항상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이 사실은 아무것도 보증해 주지 않으며 오히려 내가 단순히 고독의 합리화에 교묘한 방식으로 세뇌되었음을 방증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우려는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추진력과 거의 통제하기 힘든 의지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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