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게으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적어둔다. 스티븐슨을 몇 쪽 읽은 것 외에는 한량처럼 그저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요거트로 저녁을 대신하고 완전히 어두워진 여덟시 반쯤 라이프치거 거리를 한 바퀴 걸었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떨쳐버리기 위한 시도였고 실제로 약간 기분전환이 되었다. 다리에 전혀 힘을 주지 않고 다소 점잖지 못한 자세로 걸으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사고의 자주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런 것이 애초에 있기나 했는가? 이것은 환경에 지배당하는 시시한 인간의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