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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Apr 24. 2021

2021. 4. 24 토

이곳에서 홀로 보내는 마지막 주말. 한 주간 조금씩 이사를 위한 여러 준비를 했다. 회사에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지난주에 아나와 보리스의 허가도서를 넘겼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별 소득 없이 빌바오의 디테일에 관련된 레퍼런스를 찾아보거나 다시 그릴 필요가 없거나 어차피 나중에 누군가가 다시 그려야 될 세세한 부분들을 수정하며 시간을 보냈다. 양심의 가책 없이 최소한의 업무만을 하고 있다.


새 집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이체했다. 고용청에서는 4년 취업 허가가 났는데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기 위해 일단 이곳 이민청을 통해 11월까지 유효한 임시 허가증을 받았다. 베를린 이민청에는 정식으로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체류 허가증을 신청해놓은 상태고 건축사협회 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 회사와 주소지 변경을 통보했다. 다행히 거주지 등록을 위해서는 이사 다음 날 아침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준비로 미켈라가 와 있던 참에 미리 차도 예약했는데, 그녀는 어제 베를린으로 돌아갔지만 이사를 도와주러 다음 주 토요일에 다시 온다. 그녀는 좋은 친구다.

이제 남은 일은 다음 한 주 동안 짐을 싸고 그 짐을 옮기는 것뿐이다. 퇴근 후 잠시 집에 놀러 온 미켈라에게 내내 그 준비에 정신을 몰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길에서 주운 새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피우고 있던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 원래 그런 건 불가능해.

   


코바흐에서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며칠 전까지도 눈이 왔고 이곳은 거의 반년 내내  속에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서처럼 고독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여러 이유에서 이곳을 찾았으며  많은 고독을 느낄수록 좋았다. 그렇기에 지금 그것에 대해 불평하고 싶지는 않다. 문득슈투트가르트에서의  년보다 이곳에서의 반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나는  년보다 반년새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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