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자전거를 타고 저녁을 먹은 뒤 빨래를 돌리면서 낮잠을 잤다. 왕과 새를 보다가 오랜만에 운동을 조금 하고 긴 샤워와 목욕을 했다. 산책을 하는데 달이 매우 밝았다. 천천히 걸으면서 선선한 밤공기 속으로 몸의 열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가장 기분 좋은 종류의 산책이다.
이 행위들은 이곳에서의 삶이며 특징들이다. 그것들은 곧 바뀌게 될 것이고 다르게 행해질 것이며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그 삶은 물론 외부적인 조건의 영향 하에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내부적인 기질 혹은 끌림으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졌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자아의 단편성을 더욱 확고하게 한다. 그것은 모든 방면에서 돌연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삶, 더 나아가 행위는 상상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