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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y 06. 2021

2021. 5. 3 월

거주지 등록을 마치고 미스의 내셔널 갤러리를 보러 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진을 찍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외과 수술에 비유될 만한 대대적인 수리 공사가 7년 만에 완수되면서 며칠 전 치퍼필드는 온라인 행사를 통해 SMB에 공식적으로 열쇠를 반납했다.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행사는 흥분되면서도 동시에 좌절감을 줍니다. 오랜 기간 노고를 들인 건축 기념비를 가상으로 인계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에게 다소 불만족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경험은 우리의 삶에서 육체적이고 또한 사회적인 차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합니다.


건물은 차갑고 정교해 보였다. 유럽에서는 더 이상 그렇게 큰 유리를 제조할 수 없어서 중국에서 유리판을 공수해 왔다고 한다. 눈이 아플 정도로 투명한 유리들이 근대 예술의 신전을 받치고 있다... 새 삶을 얻은 건물은 처음 세워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치퍼필드는 지금 우리가 아주 이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했지만 나는 지금만큼 이 건물의 완성과 인계에 적합한 시점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이상한 상황을 통해 이 기념비적 건물에는 다시 한번 그에 합당한 임무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대해야만 한다.

혹은 단지 내가 이제 베를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동네 산책.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까지 걸어 내려가는데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옆으로 트램과 사람들이 지나간다. 자전거를  수많은 사람들, 정말로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나와 반대 방향으로  없이 지나간다. 희한하게도 그들이 나를 지나칠 때마다 그들의 삶을 순간적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와 동시에  삶이 어떤 순수한 에너지원이 되어  안에 쌓이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도시의 삶이다. 항상 도시에만 있었던 나는 코바흐에서의 고립된 생활 후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의 나무 발코니 바로 앞으로는 정원과 숲이 있었다. 지금 나의 창문 밖으로는 왕복 육 차선 도로가 교차하고 고상한 건물들로 둘러싸광장이 내려다보인다. 이것은 마치 완전히 다른 자아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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