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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y 05. 2021

2021. 5. 1 토

새벽


어제 내가 사무실을 떠나기 전 CH는 부리나케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해서 나에게 건넸다. 피하고 싶었던 애매한 형식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어쨌든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나오니 매듭이 묶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미켈라가 차를 빌리는 데 문제가 생겨 거기에 정신을 쏟아야 했고 그 기분은 금방 잊혀졌다. 일이 해결됐을 때는 단순히 아주 피곤할 뿐이었다.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9시쯤 누웠는데 잠에서 깨니 새벽 2시였다. 설거지를 하고 그릇들을 정리해 박스에 넣었다.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했다. 창문 밖에서 아주 활발하고 다양한 새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지저귀고 있는 듯했다. 새벽 4 . 사방은 옅은 회색과 푸른빛으로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물속에 누워 파리드 우딘 아타르에 대해 생각했다. 새들은 어떤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당신은 일곱 개의 빛의 바다와 일곱 개의 불의 바다를 건너야만 하며 아주  길을 여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고 나면  물고기가 나타나 당신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놀라운 물고기는 머리도 꼬리도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삽니다. 한가하고 초연하게 그는 세계를 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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