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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y 11. 2021

2021. 5. 9 일

슈프레 강가에서 알프레드 커의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를 가지고 나왔어야 했다. 커는 문학 속에서 경험을 떠올리는 것, 혹은 경험 속에서 문학을 떠올리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Welten im Licht fließen in die Welt im Rampenlicht. 시원한 바람이 불고 이 바람은 계속 내 머리를 흩트려놓는다. 커다란 전광판의 그림자 옆에 앉아 페이지들이 바람에 일어나지 않도록 양쪽 모서리를 엄지손가락 끝으로 누르면서. 시월의 봄과 내리는 비들.



문득 고개를 들어 달려가는 소녀를 눈으로 따라간다. 그녀는 바람에 불려 날아가는 스타벅스 봉지를 쫓아가고 있다.  바로 옆에서 봉지를 잡은 그녀는 양손으로 구긴  다시 엄마에게로 돌아간다. 카드 손기술을 연습하는  남학생.  명이 다른  명의 동영상을 찍어주려 하자 그는 친구의 핸드폰을 자신의  쪽으로 내린다.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남자와 그를 도와주는 남자. 핸드폰을 하면서 그를 기다리는 여자. 연인들. 사람들은 강둑에 걸터앉아 피자를 먹는다. 잔디밭에 자전거가 눕혀져 있고  옆에는 윗옷을 벗은 남자가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일요일 오후. 사람들. 많은 사람들.

나는 이들   명일까 이들의 증언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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