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슈프레. 옆에는 알프레드 커의 일기가 펼쳐져 있다.
나는 왜 다시 이곳으로 노트와 펜을 들고 왔나. 무엇을 붙잡기 위해서?
이 노트는 재작년쯤 소니 센터의 한 서점에서 사놓고 지금까지 쓰지 않은 것이다. 파란 가죽 표지에 속에는 줄 대신 빨간 점들이 찍혀 있는 노트에 파란 펜으로 쓴다.
눈앞에서 보트가 지나간다. 저들은 관광객일까? KPZ에 가기 전까지 아직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다.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은 전부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다. 나무 밑에 앉아 해를 피하며 이걸 쓴다.
며칠 전부터 확연히 여름이 된 후 집 앞 아이스크림 가게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부드러운 단맛과 상큼한 단맛이 섞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바닐라와 레몬을 한 덩어리씩 주문한다. 밖의 긴 줄은 아랑곳 않고 주인은 느긋하게 반짝이는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뜬다. 바닐라 한 입. 그다음에 레몬. 그리고 다시 바닐라. 작은 플라스틱 스푼으로 몰랑몰랑한 덩어리를 콘 속에 눌러가면서 조금씩 떠먹는다. 그럼 콘의 꽁다리까지 아이스크림이 꽉 차게 되고 입안에서 짭조름하고 바삭한 콘이 부서지면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흘러나오는 마지막 한입을 즐긴다.
알프레드 커가 나에게 말한다. 계속 그렇게 아이스크림들에 대해 쓰라고.
버드나무의 긴 가지가 바람 속에서 이마와 손등을 간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