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이라는 책을 쓴 투콜스키 거리의 카페에 앉아 있다. 방금 바로 이 자리에서 이 건물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 사진 속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3년 어린 다른 사람이었다.
카페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시를 읽고, 혹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거나 기분 좋은 웅얼거림 속에서 단편적인 상상들을 하는 건 7개월 만이다. 그동안 거의 매일 그리워했던 건 블루보틀이나 훔볼트와 같은 곳으로 가서 사람들 속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종종 의욕을 잃곤 하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오면 나는 건강해지고 수다스러워진다.
수많은 이미지들,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이것들을 어떻게 붙잡아 둘 수 있을까? 나는 기묘한 것들을 떠올린다. 이런 것들도 영감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들은 전부 웅얼거림들 속에서부터 온다. 나는 그것들을 이미 경험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순간 경험하고 있다고 느낀다.
누군가 가까운 건물의 방 안 어딘가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 반대편 건물의 유리창들로 해가 비치고 나는 그늘 속에서 그 따듯한 색깔들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걸어간다. 가끔 나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모두 서로 다른 다양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느낀다. 이 여유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피아노 소리와 햇살 속에 있을 것이다. 혹은 웅얼거림들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둥글게 보이지 않는 공간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한 존재는 다른 존재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철망으로 덮인 환풍구를 통해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약간 텁텁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솟아오르고 그 위를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 가엾게도 겁을 먹은 개가 그 옆을 지나가지 못하고 이내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채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턱수염이 난 주인은 다소 힘겹게 그 개를 질질 끌고 간다. 치즈케이크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고 참새들이 가끔씩 테이블 위로 날아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내가 치즈케이크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걸 쓰는 동안 옆 테이블의 다섯 가족은 이미 떠났고 그다음으로 찾아왔던 두 명의 노부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도착했을 때 그들은 직원에게 백신 접종 확인증을 제시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직원은 정말 잘 된 일이군요라고 말했다. 나는 잠시 내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해야 했다. 나의 결론은, 이 상황은 별로 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삶의 비현실성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지하철이 지나가고 길바닥의 철망에 붙어 있던 작고 흰 직사각형의 냅킨이 깃털처럼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거의 이 층 높이까지 떠오른 냅킨은 낙엽처럼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스물여덟의 천국들에서 다음 대목을 읽고 있었고 어쩐지 조금 서글퍼져서 다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카페의 옆 테이블에서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하고 체스를 두네.
먼 훗날 낮과 밤들이 그렇게 길 줄 미리 알았다면 나도 다른 이들과 게임하는 법을 배웠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