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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Feb 13. 2022

2022. 2. 13 일

얼마나 이상한가. 난 같은 돈으로 케밥을 살 수도 있고 보들레르의 산문시를 살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는가? 

전자는 내 육체의 일부가 되겠지만 후자는 정신의 일부가 된다(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용하기 쉬운 지혜의 요령은 손쉽게 습득할 수 있으며 일단 알려질 경우 그것을 반복하는 것은 간파된 마술을 반복하는 것처럼 견딜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아도르노가 도식화된 변증법에 대해 한 말이지만 사실 도식화된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 사고가 등장하는 순간 이 사고 속에 어떤 자명한 것으로서 이미 담겨 있던 것이 간단히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에 사유가 부딪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도르노는 이것을 진리의 한 가지 지표, 혹은 더 정확하게 진리와 허위의 한 가지 지표로 본다.

여기서 사고를 삶이라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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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계약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함으로써 육체에게는 보금자리가, 정신에게는 최종 기한이 주어졌다. 그때면 일한 지 2년 반 째가 되므로 건축사를 취득하기에 무리 없을 시간이다. 이렇게 소급하여 생각하면 지금부터 더 전략적으로 회사일에 임할 필요가 있다. 이 마음가짐은 막연함을 떨쳐버리도록 도와주고 현재의 삶과 환경에 다양한 의미로 집중하도록 한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다른 유의미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4월 이후 독일에서의 생활은 마무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영주권과 연금 포기의 문제가 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그 이후 다시 공부를 위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스위스나 영국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이 될지로 모른다. ETH의 경우 매 가을 학기에 그다음 연도 10월 1일 시작하는 박사 모집을 시작하기 때문에 육 개월 뒤까지는 대강의 초록과 학교 및 교수 후보군에 대한 제반 지식이 준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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