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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Feb 20. 2022

2022. 2. 19 토

하루의 이력서


빗소리를 들으며 침대에서 책을 보다 잠들었다. 새벽 두 시쯤 바람 소리에 깼다. 뉴스에서 말하던 태풍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속되길 바랐던 분위기는 곧 잠잠해졌고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어둑한 노란빛의 등과 검은 창문들과 음소거된 티비는 안락의 징조들이다. ... 아침 열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 11월 28일에 이어 사유가 조금 더 개진되었다. 그러나 이미 그 시도가 정과 반이라는 일종의 도식화이지 않은가 하는 의혹. 변증법을 통해 하나의 체계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성공한다면 사유의 한 가지 방법은 곧 사태의 특정한 구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 구조의 어렴풋한 가능성만 느껴질 뿐이다. ... 노르베르크-슐츠의 건축 현상학에 대한 간략한 개요표를 살펴봤다. 하이데거와 메를로-퐁티를 통해 사물 자체로서의 건축에 대한 기초를 준비하는 것이 가야 할 길로 보인다. 팔라스마, 홀, 줌터와 같은 예들. ... 누워 있다가 세 시쯤 다시 집을 나왔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음료를 주문하는 의식을 치른 뒤 스티븐슨을 폈다. 표시된 부분들은 당시의 내가 어떤 독자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가벼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 마크하임의 마지막 두 페이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듣고 있던 음악의 영향일까? 음악과 합치된 효과는 절묘하고 극적이었지만 구상주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떤 진리성. 글과 음악 모두에서 고고하게 해소되는 분위기는 종결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그 이상 읽을 수 없었다. 몰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 한동안 절반의 집중력과 관찰력으로 구경했다. 많은 재미없는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파리의 우울에서 묘사되는 군상들처럼 천박했다. Multitude, solitude: equivalent terms for the active and prolific poet. The man unable to people his solitude does not know how to be alone in a crowd.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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