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 오후 네 시경 한 중년 여성이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 카페의 불문율은 주문을 한 뒤 착석하는 것으로 나도 처음에 가방을 던져놓고 카운터로 갔을 때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실내 취식자의 백신 패스를 확인해야 하는 점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용이하겠지만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습관에 따라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일행 중 한 명을 먼저 빈자리로 파견하기 때문이다. 빈자리가 많을 때는 일일이 이들을 쫓아가 규칙을 알려주는 게 별문제가 안되지만 사람들이 꽉 차기 시작하는 시간대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음료를 만드는 점원은 그대로 정신이 없고 주문을 받는 점원이 매번 자리로 찾아가 이제 막 엉덩이를 붙인 무고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울 때마다 줄은 계속 길어진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모든 자리와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항상 예의 주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일행이 자리에서 쫓겨나 줄 뒤에 가서 섬과 동시에 카페에 들어선 그다음 일행이 감시를 피해 은근슬쩍 (그들 딴에는 그들이 파렴치한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이때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연대를 발휘해 자체적으로 이제는 그들의 것이 된 그 규칙을 설파한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빌어먹을 점주는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주문 뒤 착석!이라고 써 붙이지 않는 거지? 독일어로, 영어로, 그리고 물론 프랑스어로. 왜냐하면 며칠 전 발생한 바로 이러한 종류의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일이 두 프랑스인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점원은 막 앉은 중년 여성에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문 뒤 자리를 잡아주십사 부탁했다. 그녀는 여느 상식적인 사람들과 같이 법도에 순응하고자 짐을 챙겨 일어났다. 바로 그 몇 분 뒤 키가 아주 큰 프랑스인 커플이 들어왔고 남자는 중년 여성의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받던 점원은 다시 한번 카운터를 떠나 그에게 처음에는 독일어로, 그리고 영어로 정중히 먼저 주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카운터 앞에 도착해 있는 자신과 키가 거의 동일하게 큰 여자 친구를 가리켰다. 중년 여성은 이미 자신의 커피와 작은 케이크를 배부받은 상태였다. 프랑스 남자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짜증스럽게 반복했다. “쥬 느 꽁프랑 빠, 쥬 느 꽁프랑 빠!” 그 딴에는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주문을 할 것이다. 도대체 문제 될 게 무엇인가?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가 그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해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데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점원은 무슨 말로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이 프랑스인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중요한 것은 원칙을 밝히고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주문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서가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원칙조차도 굳이 시간을 들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 의거해 당신 역시 이 원칙을 이해하든 못하든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러나 로마인의 후손이 아니었던 점원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방식으로, 게다가 이제는 거의 애처롭게 주문을 한 뒤 앉을 수 있다는 말만을 되풀이했고 프랑스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소리칠 뿐이었다. “쥬 느 꽁프랑 빠!” 이때 자신의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옆에 서서 자리 탈환을 위해 끈기 있게 기다리던 중년 여성은 “이곳은 내 자리예요, 내가 먼저 왔다고요”라고 말하며 한 발짝 그에게 다가섰다. 다른 손님들은 이제 조금씩 수군거리며 이 흥미로운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프랑스 남자는 그것이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듯 막무가내로 반복했다. “쥬 느 꽁프랑 빠!” 이 수준의 철면피는 분명 이야기가 될 만한 가치가 있다. 중년 여성은 이런 유의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놀랍게도 그녀는 프랑스 남자 맞은편에 앉으며 맞받아쳤다. “오케이 위 싯 투게더!” 프랑스 남자는 프랑스인 특유의 과도한 몸짓으로 혐오감을 나타내며 자기 옆의 작은 스툴에 두 다리를 올렸다. “왓에버, 왓에버.”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코미디인지 비극인지 결정할 수 없었다. 프랑스 여자는 계속 주문하기를 거부하고 있었고 줄은 점점 길어졌다. 그녀는 큰 키를 활용해 다른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프랑스 남자를 향해 계속 뭐라 뭐라 소리쳤다. 이런 고무하는 내용이었을까? 자기야, 잘하고 있어! 계속 기사처럼 버텨. 저 노망난 여자를 쫓아버려! 혹은 이런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치광이 난쟁이 놈들! 분수도 모르는 바바리안들! 이 흥미롭지만 즐겁지 않은 상황은 몇 분간 지속되다 두 프랑스인의 퇴장으로 마무리됐다. 그들은 아마도 끝까지 자신들이 어떤 몰상식한 군집 발상의 희생양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두 거인이 다시 재회한 뒤 자리를 떠나면서 남자는 스툴을 발로 두 번이나 걷어찼고 중년 여성의 케이크는 바닥으로 거의 굴러 떨어질 뻔했다. 그녀는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그 악마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들이 귀족적인 프랑스어 발음으로 (예상컨대) 온갖 욕지거리를 하며 단 세 걸음만에 카페를 나간 후 구경꾼들은 다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중년 여성은 꼿꼿한 자태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며 자신의 적법한 자리를 지켰다. 우스운 사실은 그녀가 십 분도 안 돼 자리를 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내내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