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범 Mar 27. 2022

2022. 3. 27 일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 오후  시경  중년 여성이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의 불문율은 주문을   착석하는 것으로 나도 처음에 가방을 던져놓고 카운터로 갔을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실내 취식자의 백신 패스를 확인해야 하는 점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용이하겠지만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습관에 따라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일행   명을 먼저 빈자리로 파견하기 때문이다. 빈자리가 많을 때는 일일이 이들을 쫓아가 규칙을 알려주는  별문제가 안되지만 사람들이  차기 시작하는 시간대에는 상황이  다르다. 음료를 만드는 점원은 그대로 정신이 없고 주문을 받는 점원이 매번 자리로 찾아가 이제  엉덩이를 붙인 무고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울 때마다 줄은 계속 길어진다.   문제는 그가 모든 자리와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항상 예의 주시할  없기 때문에  일행이 자리에서 쫓겨나  뒤에 가서 섬과 동시에 카페에 들어선 그다음 일행이 감시를 피해 은근슬쩍 (그들 딴에는 그들이 파렴치한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줄을  있는 사람들은 이때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연대를 발휘해 자체적으로 이제는 그들의 것이   규칙을 설파한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없다. 도대체  빌어먹을 점주는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주문  착석!이라고  붙이지 않는 거지? 독일어로, 영어로, 그리고 물론 프랑스어로. 왜냐하면 며칠  발생한 바로 이러한 종류의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일이  프랑스인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점원은  앉은 중년 여성에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문  자리를 잡아주십사 부탁했다. 그녀는 여느 상식적인 사람들과 같이 법도에 순응하고자 짐을 챙겨 일어났다. 바로     키가 아주  프랑스인 커플이 들어왔고 남자는 중년 여성의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받던 점원은 다시 한번 카운터를 떠나 그에게 처음에는 독일어로, 그리고 영어로 정중히 먼저 주문해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카운터 앞에 도착해 있는 자신과 키가 거의 동일하게  여자 친구를 가리켰다. 중년 여성은 이미 자신의 커피와 작은 케이크를 배부받은 상태였다. 프랑스 남자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짜증스럽게 반복했다. “  꽁프랑 ,   꽁프랑 !”  딴에는 이렇게 생각했을  있다. 우리는 지금 바로 주문을  것이다. 도대체 문제   무엇인가?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가 그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해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점원은 무슨 말로  상황을 바로잡을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프랑스인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중요한 것은 원칙을 밝히고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주문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서가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원칙조차도 굳이 시간을 들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 의거해 당신 역시  원칙을 이해하든 못하든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러나 로마인의 후손이 아니었던 점원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방식으로, 게다가 이제는 거의 애처롭게 주문을   앉을  있다는 말만을 되풀이했고 프랑스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소리칠 뿐이었다. “  꽁프랑 !” 이때 자신의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옆에 서서 자리 탈환을 위해 끈기 있게 기다리던 중년 여성은 “이곳은  자리예요, 내가 먼저 왔다고요라고 말하며  발짝 그에게 다가섰다. 다른 손님들은 이제 조금씩 수군거리며  흥미로운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프랑스 남자는 그것이 자신이 유일하게   있는 말이라는  막무가내로 반복했다. “  꽁프랑 !”  수준의 철면피는 분명 이야기가  만한 가치가 있다. 중년 여성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놀랍게도 그녀는 프랑스 남자 맞은편에 앉으며 맞받아쳤다. “오케이   투게더!” 프랑스 남자는 프랑스인 특유의 과도한 몸짓으로 혐오감을 나타내며 자기 옆의 작은 스툴에  다리를 올렸다. “왓에버, 왓에버.”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코미디인지 비극인지 결정할  없었다. 프랑스 여자는 계속 주문하기를 거부하고 있었고 줄은 점점 길어졌다. 그녀는  키를 활용해 다른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프랑스 남자를 향해 계속 뭐라 뭐라 소리쳤다. 이런 고무하는 내용이었을까? 자기야, 잘하고 있어! 계속 기사처럼 버텨.  노망난 여자를 쫓아버려! 혹은 이런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치광이 난쟁이 놈들! 분수도 모르는 바바리안들!  흥미롭지만 즐겁지 않은 상황은  분간 지속되다  프랑스인의 퇴장으로 마무리됐다. 그들은 아마도 끝까지 자신들이 어떤 몰상식한 군집 발상의 희생양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거인이 다시 재회한  자리를 떠나면서 남자는 스툴을 발로  번이나 걷어찼고 중년 여성의 케이크는 바닥으로 거의 굴러 떨어질 뻔했다. 그녀는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악마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들이 귀족적인 프랑스어 발음으로 (예상컨대) 온갖 욕지거리를 하며   걸음만에 카페를 나간  구경꾼들은 다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중년 여성은 꼿꼿한 자태로, 그러나 어쩔  없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며 자신의 적법한 자리를 지켰다. 우스운 사실은 그녀가  분도   자리를 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리는 내내 비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 3. 24 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