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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r 23. 2023

2023. 3. 22 수

레몬과 바닐라가 만나는 중간을 경계선을 따라 한 숟갈 떠서 혀끝에 갖다 대니 기시감이 든다. 톨스토이가 엄선한 아미엘의 일기를 읽어보자. 베를린에서 쓴 1848년 7월 16일자다. 각자의 삶은 크기가 다르고 우리는 신의 밖으로 나갈 수 없으므로 의지적으로 그에게서 거소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의 무한대성이 문득 떠오른다. 그 바깥이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도 없고 나가 볼 수도 없다. 이런 세계를 누군가 설계하여 중심이 없는 공처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고 상상하기보단 이 세계 자체가 그런 전지전능함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합당할 것이다. 어쨌든 나는 신이라는 단어를 읽는 즉시 호크니의 누이 덕분에 공간을 떠올린다. 실제로 신의 밖으로 (걸어) 나간다(heraustreten)고 쓴 것이 흥미롭다. 반대로 헤이덕은 우리들이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감(hereintreten)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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