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 앞의 비키니 바에서 미켈라와 만났다. 앞으로 최대 삼 년 더 베를린에서 일한 뒤 새로운 곳(뉴헤이븐?)으로 가 공부를 다시 시작할 계획을 얘기하니 그런 자유로운 사고가 부럽다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사람들로부터의 자유다. 미켈라에게 삶의 조건으로서의 인간적 교류는 필수적이어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데 동료나 애인 등과의 상황, 위치 관계 따위는 항상 걸림돌이 된다. 나는 주변 인물들과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없다 해도 충분히 잘 사는 다소 무관심하고 개인적인 개인이다. 미지의 장소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고 그 과정으로 나 자신과만 있게 되는 그런 상황을 미켈라는 외로움으로 받아들이지만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야말로 삶의 의욕이 충전되는 고독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그녀가 나를 자유로운 존재로 보는 것은 어느 정도 합당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