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범 Apr 09. 2023

2023. 4. 8 토

어제 집 앞 고깃집에서 Z와 저녁을 먹었다. 최근에 개업한 코리안 바비큐 프랜차이즈로 문 열고 나가 길 건너면 바로다. Z에게 이름 쌈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고 근데 나는 쌈 싸 먹는 시간이 아까워 고기만 먹는다고 말한 뒤 삼겹살, 항정살, 양념 목살 등이 섞여 있는 돼지고기 모둠을 시켰다. 소맥을 타주니 맛있다고 좋아한다. 생각해 보면 친구와 한국 음식점에 온 건 지금까지 독일에서 두세 번도 안 되는 것 같다. 센 불에 고기 구워지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쌓여 있던 짜증이 증발하는 느낌이다. 그 순간 Z에게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 또 있을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인데 라고 말하면서 내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생각했다. 항정살 쌈장 말고 소금 찍으라고 신신당부한 뒤 타기 전에 얼른 집어먹으라니까 쌈 쌀 준비를 한 Z는 자기는 천천히 음미할 거란다.


항상 하는 고민들, 항상 하는 말들을 되풀이하면서 Z에게 똑같은 고민과 말이라도 계속해야 된다고, 그러니까 계속하자고 했다. 어쨌든 단편적인 매 순간 그것을 되풀이하는 나는 다를 것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2023. 4. 7 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