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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y 07. 2023

2023. 5. 6 토

점심으로 만두를 쪄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눈을 뜨니 네시였다.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자마자 비 몇 방울에 그대로 퇴각. 마침 아네에게서 연락이 와 그녀가 올 때까지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네는 먼저 집으로 와 내가 머리 자르는 것을 도와준 뒤 우리는 카페 다차로 갔다. 그녀는 최근 새 파트타임 일이 확정됐고 축하하는 의미로 내가 초대했다. 저녁도 러시안 만두다.


아네는 학교 파티에서 만나 새롭게 썸을 타는 중인 요슈와 얘기를 하면서 내게 계속 학교 파티에 오라고 한다. 나는 잠시 애들 사이에 애매하게 서 있는 아저씨 같은 모습의 나를 상상한다. 이런 생각을 얘기하자 아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요슈와 사진을 보니 훈남이다. 아네는 요슈와의 강아지를 한 번 맡아준 적이 있는데 그의 이름은 주키다.


근처 바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곳인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창문도 없는 붉은 방에서 끊임없이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으니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카디건을 뒤집어 둘둘 말아놓고 담배연기에 말라버린 목구멍으로 진 토닉을 조금씩 흘려 넣는다. 나른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고 곧 숨도 다시 잘 쉬어진다. 내가 코펜하겐에 가 있는 동안 아네는 스튜디오 사람들과 암스테르담에 다녀올 예정인데 그때 브라우니를 사 오겠단다. 그럼 그 다음날 밤 우린 그걸 먹고 술을 몇 잔 들이켠 뒤 클럽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오늘 밤 아네는 요슈아에게로, 나는 홀로 침대로 갈 것이다.


다시 우리 집. 아네의 폰을 잠시 충전시키는 동안 샹송을 들으며 벤앤제리를 먹는다. 나를 혼자 두고 가기 싫다는 아네를 부추겨 요슈와에게 보내고 잠시 소파에 드러누워 자위나 할까 하다가 목욕을 하기로 한다. 찌든 담배 냄새가 뜨거운 물속에 전부 용해되면 산뜻하고 가벼운 육체로 침대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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