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머리를 자른 뒤 엑스포제 쓰는 동안 밀려있던 바우타게북을 요약해서 쓰다. 7월에서 8월 사이 디자인 주도권이 인테리어 쪽으로 넘어가면서 있었던 약간의 갈등은 내 개인적인 욕심, 미숙함 등에 기인한 것이었고 어쨌든 바라왔던 실시설계로 넘어가는 수순을 잘 넘겼다고 생각된다. 이번 주 일하는 동안 내가 비로소 그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느꼈다. 디자인에만 몰두하던 이전하고는 또 다른 좀 더 유연한 마인드셋이 됐는지 모른다. 지금 다시 리듬과 약간의 기분 좋은 긴장상태를 회복한 상황에서 당시의 고민들을 차례대로 적어보니 생각이 그럴듯하게 탈피한 듯 보인다. 물론 내가 지금 다시 여유로운 마음이 되어 그때의 변변찮던 마음을 고귀하게 고쳐 쓴 것이겠지만.
청첩장이 나온 K와 통화를 하는데 착실히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내 실무수련이 부럽다고 한다. 이제 곧 해안에서 8년 차인 그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을 당선시켰다. 그 기획자 마인드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축가라기보다는 약간 콜하스 같은 관찰자로서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어떤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나는 군인 신분이었을 때 IIT에 있던 그가 미스와 콜하스의 전혀 상반되는 캠퍼스 건물을 비교하던 게 기억난다. 그는 완벽한 질서보다 자유주의의 분방함과 약간의 혼돈을 더 높게 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