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나중해 8, 11월 17일

2020-12-31 20:35:22

by 속선

오늘은 모처럼 시내로 외출을 다녀 왔다.

집에 술이 슬슬 떨어져서 장을 보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하도 오랜 만에 나가는 외출인 지라, 늘상 버스로 다니는 익숙한 길인데도, 여느 때보다 신선한 느낌이었다.


내가 내려야 할 정거장보다 한 정거장 먼저 벨을 누르고 말았다.

워낙 느슨한 상태여서, 실수를 했다.

그런데, 어차피 간격이 먼 거리가 아니라서 그냥 조금 더 걸으니 다행이었다.


점심 때를 살짝 빗긴 시간 때라서 점심부터 먹어야 했다.

그 식당은, 내가 이 곳으로 정착하기 전에 들렀던 곳으로, 그 때가 아마 초봄 즈음인가 그랬었다.

그 때 당시에는 아직까지는 제법 추운 지라, 힘겨운 산행을 마치고 시내에 들러서 간 곳으로, 그 때 먹은 짬뽕을 아직도 잊지 못 한다.

그 때는 이 집이 제법 잘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못 하는 집은 아니었지만, 하도 추위와 육체 고생의 상태에서 먹은 지라 그리 느낀 모양이었다.

여기 정착한 후에도 종종 가지만, 접근성을 이유로 자주 가지는 않았었고, 얼마 전에 가격이 살짝 오르기도 하는 등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식당을 들러서 비교해 본 바로는, 그래도 곧잘 하는 축에 속하는 집이다.


볶음밥을 주문해서 잘 먹고, 약 2Km 떨어진 마트에 걸어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성격이 아주 까다로워서, 장을 봐도 기본이 30 분 이상 걸리고, 1 시간이 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장을 보는 물건은 전부 먹거리 뿐이다.

필요한 생필품들은 거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주류는 인터넷 주문이 안 돼서 마트를 이용한다.

오늘 장을 보는 가장 중요한 목적품, 술.

주류 코너에 가면 나는 참 기분 좋은 저울질을 하게 된다.

내가 자주 갈 수 밖에 없는 단골 마트인 이유가, 수입 맥주가 편의점 행사가보다도 더욱 저렴하다.

한창 일본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하던 때가 벌써 1 년 된 것 같은데, 그 때 이후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맥주 코너에서 일본 맥주는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뭐,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다루자면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따로 다루도록 하고.


내 입장에서는 그동안 맛좋은 일본 맥주를 살 수 없어서 너무 허전했다.

물론, 일본 아니어도 좋은 외제 맥주들은 많아서 크게 아쉬울 건 없었고, 국산 맥주도 다소 선전하는 지라, 어찌저찌 지냈다.

하지만, 균형감이 좋은 삽뽀로, 맥주의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키린, 일본의 대표 맥주, 아사히의 공허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

드디어, 오늘 마트 매대에서 반가운 아사히 맥주를 발견했다.

그 것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500 미리 6 캔에 7980원이면, 캔 당 가격이 국산 발포주보다도 싼 것이다.

그 것도, 편의점에서 행사가로도 2500 원 하던 게.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카트에 쟁였다.

살다살다 아사히 수퍼 드라이를 이 가격에 사다니, 내게도 이런 횡재의 날이 있나.

물론, 마트나 맥주 기업 측에서 국내 일본기업의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을 반영해서 싸게 내 놓은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마만큼 일본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은 무시 못 할 규모인 듯 하다.

우리가 일본한테 식민 지배를 당하던 역사, 우리가 일본 문화에 열광하고, 일본 제품은 튼튼하다며 선호하는 경향, 일본은 아시아의 선진국이자, 준법정신과 예의를 잘 지키는 국민성의 나라로 우러러 보던 시절을 되돌아 보면, 우리 나라가 정말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오늘 마트에서 아사히 수퍼 드라이를 카트에 넣으면서 잠시 감탄에 젖었다.

우리 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맞지만, 우리 민족이 일본에게 철저하게 당한 것도 맞지만, 우리가 일본보다 더 커져서 굴복시켜야겠다는 주의는, 나는 반대한다.

당한 것에 대한 계산법으로 되갚아 줘야 되는 저울질이라면, 우리 또한 무력으로 일본을 식민 지배하고, 똑같이 민족 말살정책으로 동화시켜 버려야 퉁치는 것이 아닐까?

고작, 불매운동이나 해대고, 현재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일본놈 나쁜 놈 만들기 후로젝트 갖고는, 벌충이 안 되는 견적이다.

뭐, 더 얘기하자면 너무 내용이 방대해 지니까,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3만 원 이상 사면 배달까지 해 주니, 나처럼 차가 없는 자에게는 너무 편해서 자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장을 보고 나서는 항상 카페에 들러서 시간을 보낸다.

모처럼 외출을 즐기며, 버스 시간도 맞출 겸 해서이다.

오늘은 그동안 가보지 못 한 카페에 처음 가 보기로 했다.

평일 3 시 이후면, 제법 한가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카페가 인기가 좋은 곳인 지, 연말이라서 그런 지, 꽤 손님들이 있었다.

괜찮은 자리가 하나 남아서 거기서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은 앞으로 개통되는 중앙선의 달라지는 운행 시간은 확인할 수 있는 날이다.

설레는 심정으로 확인해 보니, 누리로 호는 아예 사라지고, 운행 횟수도 1 회 줄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치명적인 것은, 개편되는 시간표가 훨씬 아다리가 안 맞게 된 것이다.

기차를 타려면,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그 버스 시간표와 절묘하게 안 맞아 떨어지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더욱 개선된 철로로 인해 중앙선 운행 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제법 기대를 했는데, 거의 1 시간 가량 단축된다는 기사와는 달리, 그다지 단축되지도 않았다.

완행으로 근사한 산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왕복으로 장시간 타는 것은 은근히 지루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 단축과 누리로 호 폐지보다는, 아다리 부교합의 시간표가 가장 치명적이다.

서울 나들이를 전적으로 기차에 의존하는 나에게는, 그다지 큰 축복을 누리지 못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게 어딘가.

요금이 소폭 오를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요금도 그대로인 것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 처음 개편되는 노선이다 보니까, 향후 개편의 여지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겠고, 그 때는 어쩌면 아다리가 잘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이것 저것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다 나왔다.

나는 우리 동네의 카페를 거의 한 곳도 빠짐없이 이용하면서 비교해 봤는데, 접근성도 그렇고, 자리의 편의성, 나처럼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하기에는 콘센트가 없어서, 오늘 이 카페를 체험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커피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축에 속했다.


시간이 돼서 정류장까지 걷는데, 마스크의 틈으로 안경에 김이 서린다.

여태 큰 불편을 못 느꼈는데,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 지, 많이 불편하다.

오죽하면, 눈 앞이 전혀 분간이 안 갈 정도라서 마스크를 코 아래로 살짝 내렸다.

요즘 돌림병이 심한 지라, 원칙 상은 그래서는 안 되지만, 일단 버스탈 때까지는 마스크를 내렸다.

인터넷 검색해서 뭐라도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안경 알에 뭘 붙인다거나, 뿌려서 김서림을 방지하는 게 있는 걸 봤는데, 그 거라도 사던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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