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활동 시작 (브런치 첫 글)

2020-12-30 16:06:13

by 속선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


칩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과 환경이 정리되었다.

그렇게 내 자신의 앞길을 구상하며, 오랜 회복기를 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쉰 탓일까.

이제 나도 세상에 이바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지 오래다.

그 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지 말이다.

지금은 생각에 머문 정도가 아니라, 뭔가를 하지 못 해서 안달이 나고 말았다.

물론 그 동안에 다른 활동을 구상하거나, 실질적인 활동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로 결론짓고, 또다른 시도를 하는 중인데, 그 것이 바로 브런치 창작 활동인 것이다.


나에게 글이란 말보다 가깝다.

주변에서는 나를 언변이 있다고 평하기도 하지만, 말은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비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즉흥적인 기분으로 상대와 오해로 이어 졌던 적이 적지 않았다.

글은 그런 면에서 장점이 있었다.

차분하게 써 내려가면서 내 생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도 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불순물을 빼면서 질을 올리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요 근래에 심각한 구상 끝에, 돌고돌아 결국 글쓰기를 시작해 보자는, 지극히 지당하면서도 평범한 결론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내게 주어진 밑천 중에 그나마 제일 나은 것이었다.


내게는 병적인 약점 중에 하나가, 무엇 하나 파고들면 집요하게 비교하고 따져 가면서 파악해 나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병증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것도 있을 지언정, 그 결과 내게 가장 적합한,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한 적도 많았다.

블로그 서비스를 선택하는 과정에도 이 병증은 고스란히 돋은 것이다.

여러 포털 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를 비교해 보고, SNS 활동 또한 검토해 보았다.

그러나 SNS는 지인이라던가, 인맥에 초점을 두었으며, 본문 텍스트 중심으로 활동하려는 나와 맞지 않았다.


네이버 블로그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포털 사이며, 다양한 툴을 제공하며, 타인에게 알리기도 쉬웠다.

나 역시도 여러 블로그 서비스를 알아 보기 앞서, 1 순위로 두었다.

계정이 있으며, 제일 익숙하면서도 친근했다.

여러 고민할 것이 없을 정도로 단점을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범 대중적,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 크게 걸렸다.


다음 사에서도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대대적인 서비스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검색 상에서 다음 블로그를 많이 접촉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찾았더라도 활동을 중지한 지 오랜 블로그거나, 50 대 이상 사용자의, 현 트렌드와 거리가 먼 사적인 내용들 뿐이었다.

다음은 자사의 여러 플랫폼 서비스를 시도하다 접은 것을 많이 봐 왔고, 카카오 사와 합병으로 여러 서비스가 재편되는 어수선함, 지금은 많이 자리잡고 안정감을 찾은 듯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음 블로그 서비스 또한 그 불안정 속에서 카운트 다운만 기다리고 있는 듯 해서 제외했다.


티스토리는 서비스 초창기에 초대장을 받아서 감격스럽게 블로그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뭐, 단순히 사적인 컨셉트였고, 활동은 중지한 지 오래다.

티스토리는 기존 포털 사들의 천편일률적인 툴에서 보다 자유롭고 개성있는 편집과 연출이 가능했었기에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다시 티스토리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방문할 적에 노출되는 상업 광고들이 하나같이 불쾌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대중들의 통념에 벗어 난 인간이지만, 광고의 내용이 그 통념으로도 받아 드릴 수 없는, 문란하면서도 저급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검색 중에 티스토리 블로그는 의도적으로 기피할 정도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왕년의 티스토리 이용자였으면서도 티스토리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염두한 것은, 이글루스였다.

이글루스는 블로그 서비스만 제공하는, 그래서 블로그에 집중 특화된 회사였다.

그래서 이글루스는 특별해 보이면서도, 질 좋은 컨텐츠를 제작하려는 블로거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글루스는 대중적이지 않았지만, 마치 분식집 흔한 떡볶이가 아닌, 전통있는 떡볶이 전문점 같은 블로그 특화 컨셉으로 매력적이었다.

진지하게 염두하긴 했으나, 내 블로그를 과연 몇 사람이나 알아 줄까 싶은 염려가 걸렸고,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본사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이런 것까지 따지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보험 회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지의 문제를, 내가 가입한 보험 계약의 영속성과 연관짓는 것과 같다.

내가 정성을 다 해 작성한 블로그 컨텐츠와 방문자들의 소통 기록은 내 인생의 보물과도 같다.

돈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 블로그 컨텐츠들이 블로그 제공 회사의 파산이나 서비스 중단으로 블로그를 이전해야 하는 것만큼 불안한 것이 또 있을까.

이글루스는 한 때 전문 블로그 서비스로 인정해 주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글루스 서비스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 병증의 마지막 발악을, 카카오에서 2019 년부터 제공하는 '브런치'를 만남으로써 끝내게 되었다.

검증된 작가, 필력을 잘 구사하는 이들을 엄선해서 양질의 컨텐츠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컨셉트가, "딱 이 거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흔한 공장제가 아닌, 블로거의 개성과 깊숙한 내면으로 들어 갈 수 있는 공간.

나는 블로그라는 표면적인 툴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그 블로그를 표현하는 블로거와의 교감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데, 어쨌든 브런치가 나와 통했는 지는 모르겠다.


우리네 삶, 태어 나서 떠날 때까지 개개인의 소중한 기록 자산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 째는 사진을 모아 둔 앨범도 있겠고, 개인적 애장품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는 현대에는 보다 진보한 개인의 블로그와 SNS 등의 온라인 공간이 으뜸이라고 조심히 말해 본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는 지금, 내 삶의 발자취와 순간순간의 생각을 기록해 본다.

내 일기가 되겠고, 내 삶의 성적표가 될 것이며, 타인의 삶에 오아시스 같은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로그를 비롯한 온라인 상의 개인 공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의 확장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 삶이 다 할 때까지 먼 여정이 될 텐데,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브런치'가 망망 대양 한 가운데 나를 태우고 가는 믿음직스러운 범선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 프롤로그를 맺는다.


2023 년 7 월 11 일, 다시 추가로 적지만, 결국 탈락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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