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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스틸리 댄

2021-01-01 01:05:26

내가 스틸리 댄을 알게 된 것은, 장사할 때 가게 안에서 영화를 틀어 놔야 했는데, 그 때 자주 틀어 놨던 영화가 아메리칸 허슬이었다.

본 분들은 알겠지만, 초반 주인공 셋이 호텔 복도를 활보할 때 깔린 음악이 더티 워크였다.

오르간 연주도 괜찮았지만, 내가 서양 음악을 제법 들었지만, 이렇게 고급스런 팝을 들어본 적이 있나, 자문할 정도로 고급스런 매력을 느꼈다.

세련된 감각하곤 다른 것이 고급스러움이었다.

여유있으면서도 예술적인.


그 곡을 끄나풀로 스틸리 댄을 덤벼 보았는데, 웬걸, 역시 음악의 대해는 넓지만, 이런 고수를 찾기는 참 어렵다는 것을 상기했다.

보통, 아무리 거장급 음악가라도, 자신의 장르 안에서 안주하고, 자신이 잘 하는 영역을 지키는 것이 또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타 장르로 보폭을 넓히더라도, 자신의 토대가 되는 장르에 타 장르를 살짝 가미하는 식으로 양념을 치거나, 이웃한 근접 장르로 넓히게 마련이다.

스틸리 댄을 접하면서 놀란 게, 이 밴드를 규정하는 장르를 뭐라 해야 될 지를 모를 정도로, 참 묘하다.

근본은 그래도 재즈인 것 같은데, 아주 팝스러우면서도, 록스럽고.

거기에 소울, 재즈, 펑크,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포크, 그 시대를 관철하는 온갖 장르를 다 배합했다.


단순히 여러 장르를 섞는 게 능사는 아니다.

보기 좋게 알록달록한 비빔밥 한 그릇이 완성이 됐어도, 그 것을 고추장과 참기름과 함께 섞지 않으면, 그 걸 어떻게 비빔밥이라 할 수 있나.

특이 식성이라면 모를까, 어엿한 비빔밥 한 그릇을 비비지 않고 떠서 먹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고로, 스틸리 댄은 여러 장르에 손을 대면서도, 그 것을 절묘하게 섞는 융화 감각이 절묘하다.

이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장르에 대해 개방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각 장르에 정통하지는 못 하더라도, 장르의 개성과 늬앙스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이 더욱 중요한데, 이러한 여러 장르의 요소들을 한 곡 안에 이질감들지 않게 녹여야 한다.

제 아무리 물과 기름이 든 통을 흔들어 대도 결국은 따로 분리되지만, 스틸리 댄은 그 것을 녹여서 다채로운 무지개로 표현한다.

단조롭지 않게 복합적이면서도, 그 것이 하나로 느껴질 만큼 묘하게 조화로운.

어쩌면, 스틸리 댄은 내가 생각하는 과정을 넘어, 그냥 융합이니 어쩌니 하는 개념도 없이 그냥 덤덤히 쓰는 경지일 지도 모른다.

장르에 대한 규정이 의미가 없는, 그냥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다 보니, 재즈스럽고, 록스럽고, 팝스럽게 된 것일 지도.


내가 음악적 용어는 깊이있게 모르다 보니, 잘 표현은 안 되는데, 스틸리 댄은 그 밖에도 다양한 텐션 코드와 변칙적인 불협화음과 전개에 변화무쌍하게 능하다.

아무리 거장이라도, 자신이 쓰는 코드와 전개, 박자 따위가 한정돼 있다.

그 틀로 흥할 수는 있어도,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도 못 한다.

그런데, 스틸리 댄은 마치 전 세계 각국의 명승지를 여행하는 것 같은 다채로움이 앨범과 곡마다 살아 있다.

이것 저것 손대다 보면, 죽도 국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메뉴는 다양한 식당이, 어느 걸 먹어도 시원치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스틸리 댄은 다 한다.

그 것도 근사한 퓨전으로 말이다.


추천하는 곡은, 


두 잇 어게인, 

더티 워크, 

킹스, 

쇼 비즈 키즈, 

패스트 세인트 루이스 투들-오, 

대디 돈트 리브 인 댓 뉴 욕 시티 노 모어, 

키드 샤를마네,

더 케이브스 오브 알타미라,

블랙 카우,

에이자,

헤이 나인틴


등을 권하는데, 거의 이 곡을 추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앨범 전체가 히트곡 못지 않게 만듦새가 좋다.

보통, 앨범 수록곡에 밀어주는 타이틀이 있게 마련이지만, 기본기가 좋은 아티스트일 수록, 여타 수록곡도 버릴 게 없다.

웬만해서는 호평에 엄격한 나도, 스틸리 댄을 보배처럼 생각할 정도로, 아메리칸 허슬을 통해 스틸리 댄을 알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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