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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록 기타의 이단아, 지미 헨드릭스

2021-01-03 20:46:10

록 씬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은 많은데, 그 기라성의 기타리스트들도 거의 한결 같이 영향을 받으며, 최고로 인정하는 기타리스트는 역시, 지미 헨드릭스가 아닐까.

나 역시도 헨드릭스의 음악을 오래 들어 왔지만, 그 스스로가 누구의 그림자가 잘 느껴 지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이었다.

어떤 유명 뮤지션들도 타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환호하면서, 그 뮤지션을 우상으로 삼고 그처럼 되고자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그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나는 누구누구의 영향을 받았다, 자신의 스타일은 어느 뮤지션을 모티브로 한다, 어느 밴드를 뿌리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미 헨드릭스는 분명히 블루스와 록을 중심으로 하기는 하는데, 특정 뮤지션의 계보를 이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인 스타일이다.


정통적인 블루스를 탈피한 이단이었으며, 록적인 블루스, 블루스적인 록을 자유로이 넘나 들며,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를 풍미했다.

정형화된 주법과 코드 진행을 탈피, 여러 이펙터를 활용한 다양한 표현 기법, 특히 와-와- 페달은 너무 유명하고, 록과 블루스 기타리스트의 필수 이펙터 중 하나가 돼 버렸다.

와-와- 페달을 매우 많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타리스트가 메탈리카의 커크 햄밋.


어쨌든 당시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와 패션, 연출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누구도 그렇게 강렬하면서도 특이한 연주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왼손 잡이인 이미지도 한 몫을 하기도 했고, 무대에서 기타에 불을 지르고, 치아로 연주하는 등, 퍼포먼스도 화려했다.

참 여러 모로 머리가 트이지 않고서야 이런 파격을 선 보일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충격인 것은, 그가 반주와 솔로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록 기타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코드 반주를 깔고, 그 위에 멜로디를 넣고, 간주 사이에 솔로가 들어 가는 것인데, 지미는 그 구분이 없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곡을 잘 만들어 냈다.

반주를 하면서 오블리가토로 솔로를 진행하고, 간주에도 반주와 솔로를 동시에 진행한다.

일반적은 틀을 완전히 벗어 났다.

내가 소시 적에 기타를 배우겠다고 덤비면서 몇몇 기타리스트들의 악보를 보았는데, 지미 헨드릭스 악보는 잉베이 맘스틴보다 난해하면서도 복잡했다.

잉베이 맘스틴 솔로는 7~8연음, 심지어 13연음까지도 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단선음에다가, 한 줄 안에서 이뤄 지는 거라, 피킹과 핑거링만 잘 받춰 주면서 속도만 올리면 된다.

숙련만 되면 단순하다.

지미 헨드릭스 곡은 반주와 동시에 오블리가토가 수시로 진행되면서, 솔로에서도 반주 코드가 곁들여 있기 때문에, 제대로 곡을 암기하려면 코드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며, 하여간 연주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쓰는 코드는 어쩌면 하나같이 난해한 텐션 코드의 연속이던지.

코드를 잡으면서 솔로 라인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운지가 쉽지 않고, 치지 말아야 할 줄까지 잡아 줘야 하기 때문에 여유 손가락과 엄지까지 활용하는 손목 폼에 대한 것도 신경써야 한다.

달인의 경지가 아니고서야, 지미 헨드릭스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기타만으로도 이렇게 어려운데, 거기에 메인 보컬까지 담당하고, 이펙터까지 적재적소에 밟는다.


제 아무리 앵거스 영, 반 헤일런, 조 새트리아니도 그렇게는 하기 힘들 것이다.

스티브 바이라면 아마 하겠다.

확실히 트인 자는 트인 자이다.

제 아무리 당시의 제프 벡,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가가 한 가닥 하는 기타리스트였지만, 그들 스스로는 기존 교과서 안에서만 좋은 성적을 받는 모범생이었을 뿐, 기타 주법과 장비, 악전적인 교과서를 뛰어 넘지는 못 했다.


지미 헨드릭스 최고의 연주를 꼽자면 두 말 세 말 필요없이 우드스탁 라이브이다.

그 중에서도 부두 차일드, 퍼플 헤이즈에서 우드스탁 임프로비제이션, 빌라노바 정션까지 이어지는 메들리를 최고로 꼽는다.

한 선을 트레몰로로 피킹하면서 멜로디를 뽑아 내기, 엄지로 베이스 멜로디 운지 잡기, 외에도 많지만, 아마추어가 보기에는 가히 경악스러운 연주다.

쓰다보니 테크닉만 강조가 된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음악적 알맹이는 살아있다.

여타 테크닉에만 치중하는 기타리스트와는 다른 것이 그 것이다.

테크닉을 쓰면서도 공허하지 않다.

마이클 안젤로 바티오는 두 대의 기타를 연주하지만, 그가 좋은 음악성이 좋은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나?

눈요기 거리는 주겠지만 말이다.


톤에 있어서도 감각이 훌륭했다.

나는 펜더 톤 중에서 이처럼 영롱하고 묘한 톤을 들어 보질 못 했다.

거의 신비에 가까롭게 들린다.

좋은 펜더 기타리스트는 많다.

데이비드 길모어, 잉베이 맘스틴, 리치 블랙모어, 행크 마빈, 제프 벡, 조 월쉬, 에릭 클랩튼, 뭐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펜더 특유의 그 까랑하면서도 찰랑 거리면서, 오묘하게 반짝이는 소리는 지미 헨드릭스가 으뜸이다.

지미 헨드릭스 톤의 비밀은, 오른손 잡이 기타를 왼손으로 뒤집어서 끼웠기 때문이라는데, 그 것이 톤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장 핵심적으로 픽업이며, 그 다음에는 몸통 목재, 지판, 그리고 앰프와 이펙터 등이다.

지미 헨드릭스 톤은 펜더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어쩌면, PRS라면 유사하게 낼 지도.


하지만, 나는 이제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나는 그가 훌륭한 기타리스트이기는 해도, 그래도 어디까지나 정신적 방황을 한 자로 보기 때문이다.

약물이 새로운 영감을 틔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가 음악을 위해 약물을 손댄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정신적 불안정 속의 진통제로 섭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다소 감각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퇴폐적이다.

그래서 가끔 듣기는 해도, 자주 접하지는 않는다.


그가 요절한 것도 직접적인 사인이 약물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음악 너머의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걸 찾지 못 하고 불안정하니까, 약물에 의존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짧고 굵게 네 장의 정규 앨범, 그리고 불꽃같은 우드스탁 라이브 명연만으로도,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에게 추앙받는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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